천문 관측 / 면접
홈페이지 오픈 기념 단편. 덤블도어/록허트 + 스네이프 농담.
2021년 12월 3일자 트윗을 기반으로 가필함.
보기 드물게 화창한 주말이었다. 해리는 빗자루를 타고 호그와트 운동장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스니치 잡기 놀이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낡은 학교 비품인 연습용 스니치가 무언가 고장이라도 난 건지, 엉뚱하게 저 높이 천문탑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놓칠세라 해리는 얼른 공을 쫓아 날아갔다.
천문탑 앞에서 스니치를 붙잡은 해리는 창문 너머로 뜻밖의 이용객들을 보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 록허트 교수님? 안녕하세요?” 해리는 선생님들께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에 선객들이 보인 반응은 꽤 볼만했다. 아마 그들은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고 있었다.
“오, 해리!” 덤블도어 교수는 여느 때처럼 다정다감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목소리로 해리에게 맞인사를 건네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놀랄 정도로 빠르게 서둘러 허리띠를 잠그는 동작이 해리의 인상에 깊게 남았다. “언제나처럼 건강해 보여서 무척 기쁘구나. 천문탑에는 어쩐 일이니? 나와 록허트 교수는…… 천문 관측을 하고 있었단다.”
“헉, 커흠. 해리, 해리, 해리.” 록허트도 황급히 로브를 걸친 뒤에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높게 빗자루를 타고 올라오면 안 된다는 걸 모르니? 학교에서 허용해줄 리 없을뿐더러 무척 위험하기도 하단다!”
“죄송해요 교수님. 론과 시무스하고 퀴디치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빌린 스니치가 여기까지 날아갔거든요…….” 해리는 매우 공손하게 답했다. “그러니까 일부러 두 분을 훔쳐보려고 한 건 아니었—”
“아! 주말 날씨가 무척 좋구나. 이런 날에는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놀아야지. 즐거운 시간 보내렴, 해리.” 마치 말을 끊기라도 하듯 덤블도어는 호탕하게 덕담을 건네었다.
“네. 덤블도어 교수님. 록허트 교수님.”
해리는 빗자루 머리를 도로 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다시 날아가기 전, 문득 생각이 났다는 양 해리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두 분도 한낮에 천문 관측 힘내세요.”
* * *
오마케:
“스네이프 교수님, 다음 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에 지원하실 때는 먼저 금발로 염색을 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
스네이프는 진실로 참된 충고를 거저 쥐어주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가 분명했다. ‘해리 사냥’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살려 잽싸게 요술지팡이의 사정 거리로부터 벗어나며, 해리는 생각했다.
* * *
오마케의 오마케:
‘호그와트 마법학교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자 면접’
1993년, 6월. 호그스 헤드 2층의 한 다용도 공실은 현재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의 면접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유일한 지원자는 본래 이맘때쯤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면접관인 맥고나걸과 덤블도어는 불과 10분 전에 개인 사정으로 교수직을 맡을 수 없다고 아주 정중하게 설명된 부엉이를 받았다.
이 과목의 채용 현장에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덤블도어는 모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사전에 연락을 하지 않아도 면접장에 찾아오기만 한다면 자격무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예언자 일보에 진작 공고를 해 두었다. 그것이 그들이 여전히 여관방에 앉아 있는 이유였다……. 솔직해지자면, 맥고나걸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이 과목을 폐지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알버스.”
덤블도어는 특유의 버릇대로 손가락을 한데 모으고는 침울하게 답했다. “가능한 한 지원자를 받고 싶었지만……. 생각해둔 친구가 한 명 있어요. 내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그때 출입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들어가겠다는 말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문객은 여관의 바텐더—실망스럽지만 가장 예상되는 인물이겠다—가 아니었다. 챙이 넓은 마법사 모자를 쓴 사람은…….
“세베루스?”
“지원자라도 기대하셨나 보죠?” 두 면접관 모두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이죽거렸다. “꼴을 보니 이번에도 아무도 안 온 모양입니다만. 그러니까 왜 멀쩡히 있는 지원자를 두고 사람을 구합니까?”
“미안하지만 세베루스, 교장 선생님의 의향은 언제나 확고한 것 같아요. 심통을 부리고픈 건 알겠지만요.” 맥고나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 스네이프는 코웃음을 치더니 과장된 몸짓으로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져버렸다. 돌연히 뿜어져나온 찬란한 황금빛이 좁은 방을 가득 메웠다.
“아니이이이이이이이잇!?”
모자 아래에서 감춰졌던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아름답고 찰랑거리는…… 금발이었다!
이제 스네이프의 두피에는 길고 매끄러운 황금빛 머리카락이 돋아나 있었다. 2m에 달하는 금발은 풍성하게 물결치며 발치까지 내려왔고 햇빛과 조명을 마구잡이로 반사하며 발광했다.
“뭔.” 맥고나걸이 황당해할 틈도 없이, 옆에 앉아있던 덤블도어가 쾅 테이블을 치며 벌떡 일어섰다.
“채요오오옹!!”
교장의 추상같은 목소리가 온 호그스미드를 뒤흔들며 마법약 선생의 축복할 부서 이관을 만인에게 공증해주었다.
“해냈다아아아!”
“알버스!”
충고는 작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