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프의 고단한 하루
2019 미완성 엽편.
누군가는 스네이프 교수는 절대 휴식을 취하지 않으며 24시간 오직 호그와트의 어린 마음들을 어떻게 겁주고 깨뜨리고 울릴지만 궁리한다고 말한다. 그건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지어낸 헛소리다.
다른 누군가는 스네이프가 우울할 때면 초록빛 명주실로 수놓인 검은 비단 가운을 입고 적포도주를 마시며 가슴속에만 남겨둔 옛 사랑에 대해 추억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틀렸다. 그건 호그와트에서 암약하는 어둠의 동아리 ‘스(네이프를)사(양하는)모(임)’에서 제명된 회원이 앙심을 품고 퍼뜨린 헛소문이다. 그녀는 스네이프에 대한 교리 차이로 쫓겨났다.
또 다른 누군가는 스네이프는 정신적 압박이 극에 달했을 때면 사악한 연구공책—안에 든 내용을 전부 합치면 아즈카반 100년형 분은 될—을 펼쳐 새로이 고안해 낸 어둠의 마법들을 마구 적어 내린다고 한다. 부분적으로는 맞았지만, 덤블도어에게 한번 그 노트를 들킨 뒤로는 학기중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틀렸다.
실제 스네이프는 다음과 같은 일을 했다. 허름한 회색 나이트셔츠로 갈아입은 뒤, 싸구려 맥주와 기름에 쩌든 피시앤칩스를 침대 위로 가져와선 가능한 한 추하고 꼴사납게 먹고 마시는 것이다.
끔찍하게 고단한 하루였다. 3포터 2덤블도어라는 기록적인 수치는 실로 한계를 시험했다. 아마 0.5포터나 0.1덤블도어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었을테지만, 그보다 조금이라도 더했더라면 그는 산 채로 폭발해버렸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 남은 고깃조각들을 애도해 줄 사람이 있을까? 불쌍한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자신이라도 그를 애도하기로 했다.
호그와트의 교수가 되는 것의 유일한 장점은 단언컨대 주방의 집요정에게 언제든 먹고픈 것을 마음대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집요정은 절대로 주문사항에 토를 달지 않는다. 졸지에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머글 수퍼마켓—분명히 문이 닫혔을—까지 순간이동해서 가장 싸구려인 맥주를 ‘가져오고’ 꺼진 주방의 불을 켜서 튀김을 튀겨야만 했던 집요정의 고생은, 스네이프에겐 조금도 알 바 아니었다.
그가 블루칼라 워킹클래스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어렸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봤던 삶의 모습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의 식취향도 그리 유별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는 정신적 타격을 너무도 크게 입은 상태였으므로, 안정이 필요했다. 안정의 필수요소는 익숙함이다.
스네이프는 우선 캔맥주를 따서 절반 정도 들이켰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축축하고 기름에 쩌든(집요정이 겁에 질릴 정도로 특별히 일러둔 덕이다) 튀김을 손 가득 집어서는, 입속에 우겨넣었다. 으적으적. 쩝쩝. 그는 입속의 내용물이 다 보이도록 튀김을 마구 씹어댔다. 품위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잠깐, 그에게는 본래 품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25일 트윗 스레드로 올린 미완의 엽편을 미세하게 윤문해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