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창작 로판 시나리오. 남주 시점 루프물. 찌질남. “나는 죽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소꿉친구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추천 BGM: 에어맨이 쓰러지지 않아
여독자들 90퍼가 진짜로 싫어할만큼 정말로 개 찌질한 남자주인공 시점의 루프물 로판 보고 싶다.
첫문장이 이런 거임
> 나는 죽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소꿉친구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흔히들 나오는 '흑막 악역을 교화해놓고 내다버렸는데 집착남이 되어 돌아왔다'의 남주 시점인 거지 근데찌질—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생긴 건 멀쩡하지만 사회성은 절망적이기 그지없는 흑막 악역의 씨앗이었던 남주... 그런 그를 여주가 둥가둥가 부둥부둥 보듬어주며 소꿉친구 해줌
근데 다커서 식 올릴 날짜만 정하면 되는 시점에 버려짐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당신의 망상이었습니다
아들딸 이름까지 지어놨는데ㅋ—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성숙한 인간이라면 망한 급발진 청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신을 반성하며 극복한 뒤 새 여자를 찾겠지만 대화하는 유일한 여자가 여주였던, 아니 유일한 인간이 여주였던 개쌉찐따 남주에게는 견딜 수 없는 타격이었고 그날밤에 유서에 이름 쓰고 목을 매버린다
'죽는다... 시발... 진짜죽는다고...'—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보통 이런 경우는 진짜로 죽고 싶다기보다는 죽고 싶은 자신에게 취하고 그것을 전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남주는 목을 매달고 의자를 걷어찬 지 1초만에 후회한다
'죽기싫어! 내가 자살하려고 한 건 맞는데 누가 살려줘!' 등신같은 단말마가 기적을 불렀는지 시간이 멈추고 그 앞에 나타난 악마—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자신을 시간의 악마라고 밝힌 의문의 존재는 말한다.
- 너 재밌다. 계약할래? 니 상상 여자친구가 진짜 마누라가 될 때까지 재도전하는 거야.
- 대가는?
- 영혼.
콜.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남주의 숨은 끊어진다.
깨어나니 과거. 여주의 약혼이 발표되기까지 앞으로 1년.
사로잡아라! 여자주인공의 마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렇게 무한루프하면서 여주를 공략해 나가는 거임. 실패하면 자살해서 리셋.ㅋ
소재는 로판인데 전개 포맷은 남성향의 그것이고 주인공은 찌질한 인셀남인 거.
회차를 거듭해 나가며 '여성향 포맷에 적합한 능글맞고 강압적인 집착 남주'로 점점 자신을 개조해 나가는 것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1회차.
-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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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A
무력: B
재력: B
사회: F
능지: F
-
총평: 방구석 망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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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회귀까지 했으면 킹태창은 기본이지ㅋ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 남주는 개선 방향을 정한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믿었던 그 안이함이 패인이었던 거다.
진지하게 남자로서 접근하자.—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꼴에 남주라고 생긴 건 봐줄만한 남주. 그러니 절망적인 사회성을 개선해 서서히 소꿉친구를 유혹해 나가면 그녀도 자신을 봐주지 않을까?
그는 서재에 틀어박혀 「인간관계의 기본」, 「여성을 사로잡는 필수 스킬」 따위를 달달 외기 시작한다. 소문이 자자한 카사노바들과 인터뷰도 한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뭐 어려울 것도 없었다 언제나 상대 마음을 살피고 마음 상하지 않게, 기분 좋아지게 말하고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원하는 선물을 사주고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을 어필하고...
상태창이 보증하는 사회성 랭크 F의 초절찐따남 남주에게는 아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었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간 여주에게 어떻게 대했더라? 맨날 짜증내고 저리 꺼지라 그러고 위협도 몇번 하고 물건도 집어던지고 칼도 휘둘렀던 거 같은데. [당연히 사귀는 사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남자와 얘기만 해도 발광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음... 최악이군. 이러니까 차이는 거 아닌가?
—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킹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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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
===
오직 여주의 마음을 얻겠다는 일념하에 고슴도치 같은 야생아에서 탈피해 소위 눈에서 꿀 떨어진다는 다정남이 된 남주.
진짜 성과도 있었다. 지난한 노력 끝에 데이트[망상이 아닌, 실제의]도 하고 미묘한 성적 긴장감도 일으켜 봤다. 심지어 키스까지 함.
아 공략 껌이죠?—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리고 대망의 1년차 그날.
마침내 그녀에게 청혼하기로 마음먹고 남주는 여주를 불러내었다.
- 나 결혼해.
그리고 여주는 뜬금없이 북부에 있는 괴물 대공에게 시집을 갔다. 막... 소문도 끔찍함. 맨손으로 사람을 찢는대. 개 차갑고... 사교계의 평판은 말할 필요도 없음.
시발!
퀵자살.
2회차 ㄱㄱ.—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2회차.
===
외모: A
무력: B
재력: B
사회: A
능지: F+
-
총평: 무능한 카사노바
===
뭐가 문제였던 거지? 사회성이 문제인줄 알았더니만 평판 최악의 일면식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렸다.
외모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무력? 그거다. 북부 대공은 소드마스터! 분명 그 고강한 무공에 반한 거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렇게 일신의 무력을 키우기로 마음먹은 남주는 수련을 시작한다.
하면 되는 아이라고 자기도 몰랐던 어마어마한 재능이 개화해 불과 반년만에 불세출의 소드마스터에 10서클 마탑주가 되고 만다. 왕국 아니 대륙의 그 누구도 남주와 견주지 못한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무력: A
===
물론 여주와의 교분을 쌓는 것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사수행중에도 꾸준히 그녀에게 돌아왔고 영예로운 모험의 증표를 그녀의 앞으로 바쳤다. 의문의 나쁜 놈[편의주의적으로 갑자기 갑툭튀]들로부터 구해줬을 때의 그 표정이란.
역시 사나이는 힘이지.
공략이 코앞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대망의 그날.
나랑 결혼해주지 않겠어?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의 답은, '아니'이었다.
왜인지 제1왕자가 그녀에게 청혼해 버렸던 거였다.
소드마스터? 하아? 너따위가 왕실에 비빌 수 있을 것 같냐?
신분제를 저주하며 절벽에서 몸을 던질... 것 같냐? 쿠데타각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이미 개인의 몸으로 전술병기나 다름없어진 그는 전생의 원수-일방적-였던 북부대공과 연합해 반란군을 형성, 왕실과 전쟁을 시작한다.
암흑 길드로 왕을 암살하고 전선을 진전시켜 왕국을 압박.
마침내 왕성까지 쳐들어가, 원망스럽고도 탐욕스러운 왕자, 현재는 왕이 된 섭남A와 결투를 시작한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마찬가지로 소드마스터[뜬금없이]였지만 자기보단 한끗 밀렸던 A를 처치하는 것은 우스운 일.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여주의 특별한 힘이 불러온 고대 드래곤 정령왕의 축복이 섭남A의 칼에 깃들어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던 것이다.
뭐?! 난 널 구하려고 했던 거라고?!—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하지만 A-남편-를 쳐다보는 그녀의 결연한 눈빛에 남주는 깨닫고 만 것이다.
어럽쇼, 나 완전 악당이잖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심근 파열과 과다출혈로 절명.
2회차 종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3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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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A
무력: A
재력: B
사회: A
능지: D-
-
총평: 실패한 악의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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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뒤늦게 권력을 가져봤자 의미가 없었던 거다.
너무 대놓고 탐욕스럽기도 했다. 역성혁명은 노리지 말자.
무엇보다 유부녀가 된 그녀를 눈물로 보내지 않고 망한 회차에서 굳이 발악한 게 문제였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괜찮다! 문제를 알았으면 해결할 수 있다! 회귀자가 뭐냐 무한한 열정만 있으면 언젠가는 해낸다!
남주는 이제 세계의 금권을 장악하기로 한다. 왕 되는 건 무리수라도 왕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권력과 재력을 손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회귀자의 미래시, 지난 회차에 손에 넣은 세계관 최강자의 힘, 그리고 하면 되는 아이 버프로 인해 그는 전혀 어렵지 않게 세계 0위 부호이자 세계를 움직이는 흑막 실세가 되고 만다. 왕실은 몰락해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그의 권력은 이미 황제나 다름없었다.
그게 말이나 되냐고? 아 아무튼 해냈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집념의 소꿉친구에게 일국의 황제 부럽지 않은 에메랄드 관과 금실로 짜인 드레스와 다이아몬드 구두를 선물한다.
물론 냅다 준 게 아니고 조심스러운 접근 끝에 친밀도를 높인 뒤 선물한 거다.
세상의 모든 힘과 부를 가진 남자의 청혼을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마침내... 그는 결혼에 성공한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ㅆㅃ 해냈다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져봤지만 한 여자의 마음만큼은 얻지 못했던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입맞춤한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해피엔딩만이 남은... 걸까?
1년 후, 사냥으로 외출했으나 말의 다리가 부러져 그는 예정보다 일찍 귀가한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예기치 않은 귀환이었기에 때는 늦은 밤, 아내가 깰 것 같아 그는 굳이 하인들을 불러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침실로 돌아간다.
아내가 있을 침실로.
그리고...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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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A
무력: A
재력: A
사회: A
능지: F---
-
총평: 오쟁이 진 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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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바아아아아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일단 섭남B를 죽였다.
야산에서 내려와 흙 묻은 삽을 내던진 뒤 남주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좆같은 결과만 나오는 되는 거지?
그 모든 시간 동안 한 번도 감히 고려해보지 않았던, 어떤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쩌면...
그녀는 정말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걸.—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다 헛짓이었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포기했다. 지난 회차들에서 부수입으로 얻어온 힘과 부를 그저 좋을대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더이상 타고난 혐성을 필사적으로 억누를 필요도 없었다. 구애할 사람이 없으니까.
===
사회: F
===—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어느새 대륙 최강의 힘과 부를 가진 남자, 그러나 흉폭하기 그지없는 세기의 악당, 흑막, 개자식이 된 남주. 알바냐? 이젠 오직 나를 위해 살 거다. 비록 자신을 남자로 사랑하진 않았지만 한때 우정을 나눴던 소꿉친구 그녀를 가슴에 품고...
그런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 당신... 회귀자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이 새로운 인물은... 「원작」의 여자주인공이었다.
그렇다. 이곳은 빙의물의 세계.
악당 흑막 「남주」가 「여주」와 끊임없이 대립하다 끝내 그녀를 납치하고 죽여버린 뒤 세계를 멸망시킴으로써 끝나는 피폐 로판[그딴 게 어딨어].
그것을 바꾸고자 했던 빙의자의 날갯짓이 낳아낸 어떠한 굴레.—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본래 남주의 운명이었어야 했을 그녀는, 그의 앞에 나타나 말한다.
자신도 회귀자라고.
어리석게도 악마와 계약해서, 끊임없는 반복 속에 갇히게 되었다고.
그런데 늘 똑같던 세계가 근래 회차부터 계속 변화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추적한 변화의 근원이 바로 너.
너는... 나와 같은 굴레에 갇힌 거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악마와의 계약을 끝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최초의 목적. 그것을 이루기만 하면 반복은 끝나.
그렇다면 악마는 왜 이런 계약을 한 걸까? 이건 우리만 이득 아닌가? 그게 함정이다.
영혼을 가져간다는 의미가, 뭔지 아나?
목적을 이루면 반복이 끝난다는 의미는, 반대로 말하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뜻이다.
설령 최초로 계약했을 때 바랐던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되더라도.
죽음을 맞는 순간 최초의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하게 돼.
어쩌면, 그 최초의 목적만 포기하면 불멸을 누릴 수 있다며 기뻐할 수도 있겠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하지만 어떤 인간도 진정한 영원을 이겨내지 못한다.
목적을 잃고, 의미를 잃고, 마음을 잃고 무한한 반복 속에 갇혀 깎여나가는 것.
그것이 영혼을 잃는다는 것. 악마가 노리는 것이다.
여자의 설명이 끝났다.
- ...애초에 악마는, 이뤄질 수 없는 목적을 가진 사람과 계약한다는 뜻이군.—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진실을 깨달아버린 남주. 그의 노기 어린 목소리에는 절망이 뚝뚝 묻어 떨어졌다.
- 왜 이딴 걸 알려준 거지? 끝없는 절망을 전파하려고? 성격도 참 나쁘군. 그래. 좆같았던 기분이 확실히 더 좆같아졌다. 어차피 안 될 거란 건 진작 깨달았는데 말이지. 좋은 정보 고맙고 그럼 꺼져버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나는 이 끝없는 반복을 끝내기 위해 온 거다.
- ...끝낸다?
- 그래.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너라면, 「세계를 파괴할 흑염룡의 환생」인 너라면 가능해! 시간의 악마를... 쓰러뜨리는 거야!
이 무슨 갑툭튀한 설정!
여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극강 먼치킨—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흑염룡 파워를 가진 남주에게는 세계를 멸망시킬 힘이 있다. 단순히 굴레 안의 세계만이 아닌, 모든 굴레에서 존재 자체를 삭제시킬 힘을.
본래 원작여주는 남주가 시간의 악마와 계약하기 전부터 어쩌면 자신을 영원히 죽이게 만들 수 있지 않을지 그 힘에 주목하고 있었는데-이것이 원작의 플롯-—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남주가 똑같이 루프에 갇혀버린 처지가 되었고 시간의 악마라는 공적이 생겨버린 지금에 와서는 아예 만악의 근원인 악마에게 엿을 먹인다는 건설적인 방향을 노려볼 수 있겠다. 그런 이야기였다!
- 자... 나와 함께 싸우자.
그렇게 내밀어진 손.
어차피 남주에게 선택지는 남지 않았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운명공동체가 된 원작조는 악마에게 맞서기 위해, 세계를 완전히 멸망시키는 궁극의 암흑 파괴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젊은 미혼 남녀가 매번 서로의 거처에 들락거리는 것은 귀찮은 스캔들을 낳곤 한다.
귀찮음을 쫓기 위해 그들은 아주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냥 결혼해버린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원작여주나 남주나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모드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이루어진 정략결혼... 계략결혼? 흠, 로판이니까 계약결혼이라고 하자. 계약결혼이었다.
결혼식 당일, 영원히 손에 닿지 않았던 남주의 그녀가, 기쁜듯 웃으며 축하를 건네는 모습에 그는 착잡한 미소를 짓고 만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선결혼 후연애 법칙의 로판 세계에서 결혼하고 정이 안 붙기란 어려운 법.
딱히 서로 사랑하지 말자는 계약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그들의 계약: 세상을 파괴해 봅시다-, 어찌보면 무정한 세계에서 운명을 공유하는 유이한 존재였으니 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을 누비는 모험. 그들을 세계 멸망을 위한 조각을 하나씩 맞춰갔다.
시간의 악마에게 맞서겠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다.
해낼 수 있다. 승리가 가깝다.
희망에 부푼 그들의 앞을.
그녀가 가로막았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모든 게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린다 했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여기까지다.
그들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남주의 소꿉친구, 남주의 그녀가 궁극의 암흑 마법의 마지막 조각 앞에서 매지컬 드래곤 엘리멘탈 육혈포를 들고 가로막을 줄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남주의 0회차, 악마가 개입하기 이전의 삶에서 그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다. 타고난 재능과 별개로 무엇도 갈고닦지 않은채로 살다 여자한테 차였다고 자살해버린 한심한 찐따.
그렇다면 어째서 원작여주는, 그의 힘을 알고 있었던 걸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원작의 그녀는, 그가 세상을 떨게 만들었기에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계약 이후」의 「최근 회차」뿐.
루프에 생긴 변동점은, 남주의 계약에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변화의 시작은 그의 0회차 인생.
남주의 소꿉친구.
이 세계의 새로운 여자주인공.
빙의자의 존재로부터.—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들이 듣지 못하는 배경설정에서 이미 밝혀졌듯, 「원작」의 플롯은 루프에서 빠져나고픈 원작여주가 남주에게 접근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
이런 세계에 빙의해버린 「그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은 세계 멸망의 저지였다.
그래서 남주에게 접근했다. 그래서 그의 어둠을 최대한 억눌렀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어린 그가 타락하지 않도록, 파멸의 암흑 흑염룡의 영혼이 깨어나지 않도록 사랑과 자애와 격려를 퍼부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그가 그녀를 사랑해버리게 된 것은, 솔직히 알 바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상정하지도 않았다고 해야 할까.
더이상 위협이 아니게 된 그의 청혼을 거절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애초에 너는, 나를 보고 있지도 않았구나.
사랑? 남자로 보는 마음? 하하. 꿈도 크지. 그녀는 애초에 그에게 한 조각의 우정과 애정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간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1회차의 다정해진 그를 거절했다. '안전해졌으니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러니 2회차의 난폭한 그를 죽였다. 너무 강해졌으니까.
그러니 3회차의 자신만만한 그를 옆에 두고 감시했다. 바람을 피울 만도 했다. 세계제일의 위협을 매일같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아. 하하. 하하하...
허탈한 웃음이 비어져나왔다.
- 하지만... 하지만. 너는.
루프를 기억하지 못해.
일단 루프에 끼어들기는 했지만, 그 뒤로부턴 자각 없이 무한에 휩쓸릴 뿐이다.
그 순간, 남주의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어떠한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증오? 집착? 혹은... 승리의 기쁨?—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해치워버려! 아무리 고대 드래곤 정령왕의 힘이라도, 지금의 너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어!
오, 동반자여. 영원의 길벗이여.
- 너와 함께하면 행복하겠지. 그게 운명이고, 완벽하게 합리적인 정답일 거야. 하지만...
- 너... 설마...
- 왜 정답을 골라야 하지?
- 이새끼! 배신한 거냐아아아!!—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걱정 마. 너만큼은 구원해줄 테니까. 지금의 불완전한 암흑 마법이라도 단 한 사람, 한 존재의 파괴만은 가능해.
- 이 시발새끼야!! 절대 용서 못—!!
- 흑염룡의 언령으로 명한다, [ 슈도 리무브 샤를롯테 포스 ]!!
동시에, 소꿉친구의 육혈포가 남주의 이마 정가운데를 향해 발사되었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유일한 방어 기회를 포기하고 회귀자 동료를 향해 마법을 사용한 순간을 그녀는 결코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정확히 그가 바란 그대로.5회차.
===
외모: A
무력: A
재력: A
사회: A
지능: A
-
총평: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남자
===—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시작은 3, 4회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과 정보를 이용해 자금과 세력을 모으고 어둠의 세력을 움직여 왕실을 뒤에서 지배했다.
세상에 일신의 무력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암중에 능력을 암시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당연히 받아들이겠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어차피 바람 피울 게 뻔하니까 그녀와 이야기한 남자는 모조리 죽였다. 쓸데없는 짓 못하도록-그녀의 에인션트 드래곤 로드 엘리멘탈 파워는 지금도 까다롭다- 탑을 세워서 가뒀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부부관계는 최악이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나 은유적인 의미로나.—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 왜 내가 청혼했을 때 받아들였지?
- ...너를... 사랑하니까.
- 거짓말. 넌 절대 날 사랑하지 않아.
- 그렇지 않-
- 하지만 적어도 넌 날 보고 있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보는지, 무엇을 하는지 매 순간 온 힘을 쏟아 뒤쫓고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 ...?!—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난 너와 행복해지고 싶었어.
- 지금이라도 그럴 수 있어.
- 아니. 너는 나와 함께하면 불행해져. 나도 너와 함께하면 불행해져. 아마도, 아니 분명히, 이 짓을 그만두는 게 현명한 편이겠지. 하지만 왜 현명해져야 할까?
- 뭐...—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응. 이성 좆까. 행복 좆까. 난 기꺼이 불행해질 거야. 왜냐하면 거기에 네가 있으니까. 네가 날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증오하게 만들 수는 있으니까.
- ....
- 함께 불행해지자. 영원히.—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마지막 조각 앞에서 총구를 겨눈 소꿉친구가 진실을 털어놓는 순간 남주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매달린다. 그를 뒤쫓는다. 경계든 두려움이든 증오든—, 그가 최악의 악당으로 남아있는 한 절대 속에 품은 그것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혼자 집착하고 매달리고 불필요하게 앞을 가로막아 드러눕고 있었는줄만 알았던 세계의 그림이 단숨에 뒤집혔다.
우린 줄곧 함께하고 있었다!
절망과 체념이 환희의 축포가 되어 펑펑 터졌다.
배신한 전처에겐 미안하지만, 더는 영원한 불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악마를 죽이자는 맹세를 터무니없는 이유로 저버렸으니 둘도 없을 개자식이 된 셈이지만... 어차피 악당이 되기로 했다. 문제라도?
적어도 그녀는 루프에서 탈출해 안식을 찾았다.
뭐, 더는 암흑 마법을 거기까지 완성하진 못한다. 전처의 조력이 없으면 영겁이 흘러도 루프에서 탈출할 수 없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남은 유일한 탈출 방법인 계약의 완수는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일.
그는 영원히 그녀에게 증오받을 것이고 그와 그녀는 영원히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할 것이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시간인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남자는 사랑에 벅찬 눈물을 흘렸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그런 그의 앞에, 시간의 악마가 나타났다.
- 이거 참... 이런 식으로 질 줄은 몰랐는걸.
하하. 즐기는 자를 어찌 이기랴? 루프 그 자체로 염원을 이뤄냄으로써 악마는 그의 영혼을 빼앗을 수 없게 되었다!
- 아니. 그렇게 진 게 아니라. 진짜로 졌어. 너는 네 소꿉친구의 사랑을 얻었다.
- ...뭐?—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너도 참 바보구나. 하긴 한번 차였다고 목부터 매는 찌질한 녀석이 알 리가 없나.
- 무슨 소리야?
- 여자들 읽는 로맨스 소설 하나 안 읽어봤어? 원래 이렇게 강압적으로 집착하는 사이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법이잖아.
- 개소리... 지랄하지 마!
남주의 심장에 공포심이 차올랐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그녀는 날 증오해야 해! 억지로 결혼하고 가두고 범한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그녀는 영원 속에서 불행으로 나를 지탱하는 영혼이란 말이야!
- 정말 어쩌라고군. 낸들 아냐? 아마 네 그 어마어마한 집착과 사랑에 감명을 받았을지도. 생각해봐. 그 친구는 자기가 있는 한 네녀석이 절대 세상 따위—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부수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된 거잖아. 그제서야 주위에 눈을 돌리게 된 거 아닐까? 그런데 주위에 남자라곤 너밖에 없고. 뭐냐. 생긴 것도 능력도 나쁘지 않고. 사랑해주고. 몸정도 붙었고. 아니면 단순히 스톡홀름 신드롬일지도. 흠. 그게 가장 말이 되는군. 아무튼 네가 이겼다. 계약은 끝이야.
—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직후 악마는 사라졌다.
어인 일인지, 그는 알 수 있었다. 악마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란 걸. 악마와의 계약이, 연결이, 영원히 끊어졌단 걸.
- 잠깐, 기다려! 가지마! 가지 말라고 씹새꺄! 그렇게... 그냥... 끝내버리면... 그러면 나는...
뭐가 되지?
뭐가 되는 걸까?—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이제와서 그를 사랑한다고?
그런다고 그들이 행복할 수 있을 리 없다. 오직 증오받기 위해 쌓아온 이 모든 일 위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불행해지는 것 뿐이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단 한번뿐의 생을 사랑과 고통과 불행으로 채워버린다고?
그는 이런 결말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단 말인가?—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남주는 완전히 닭 쫓던 개가 되어버렸다.
그는 실패했다.
완전히 망쳤다.
하지만 실패는 매번 있던 일이다. 언제나 그에게는 모든 걸 끝낼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왔다... 나빠지는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 모든 게 점점 나아졌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드높이 치솟은 탑. 층은 오직 여주인이 거하는 꼭대기층뿐, 그와 지상 사이에는 오직 계단뿐이다. 바닥까지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난간 위로, 그는 발을 올렸다. 그리고 한 걸음...
끝.
지금까지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중간 Q&A ##
Q. 머리색 서브의 상징인 금발인가요? 아님 남성향 판소 주인공의 흑발인가요?
A. 흑발입니다. 메인 주인공이니까요. 남성향적 의미든, 여성향적 의미로든.—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6일
## 애프터 Q&A ##
Q. 찌질한남주와 원작여주와 소꿉친구의 외관묘사?
A. 상술했듯 남주의 흑발만은 상징적으로 고정입니다만 그외에는 특별히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인물들도 똑같이 상징성 따져서 설정할 순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제가 장르도식에 빠삭하지 못해요.—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7일
리트윗과 마음 각각 100+ 감사합니다! 남겨주시는 감상 완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기념으로 다른 타래에서 밝혔던 걸 여기에도 이어두는데, 출처와 원작자명을 영구적으로 명기하고 저한테 찔러주기만 한다면 이 이야기는 좋을대로 갖다쓰셔도 됩니다.— 주유월 (@JuYuwol) 2021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