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교사였던 것 같구나
아뇨, 교수님. 당신은 최악이었어요.
“나는 호그와트에 있는 편이 더 안전했단다. 난 괜찮은 교사였던 것 같구나…….”
“교수님은 최고였어요.”
“참 다정하기도 하지, 해리.”
— 죽음의 성물 35장 킹스크로스
만약 해리가 조금만 덜 다정했다면?
“나는 호그와트에 있는 편이 더 안전했단다. 난 괜찮은 교사였던 것 같구나…….”
“교수님, 그렇게 자신을 깎아내리실 필요는 없어요!” 해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교수님은 ‘교육자’로서는 최악이었지만, 교수님이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우셨던 업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걸요. 교수님은 최고의 ‘영웅’이었어요.”
잠깐의 어색한 정적 뒤, 덤블도어는 당혹스럽게 헛기침했다. “내가 그렇게 나쁜 선생이었니……?”
해리는 덤블도어가 농담을 했던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르실 수가 있는데요?”
해리는 황당해했지만, 덤블도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교수님은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볼드모트를 끌어들이는 죽음의 함정을 설치하셨어요. 그 다음 해에는 사람을 습격하는 괴물이 돌아다닐 때 입막음이나 하셨고요. 그때 교수님이 쫓겨나셨던 게 부당했던 건 오직 그 뒤에도 어른들이 아무 일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요.”
“크흠.” 덤블도어가 침음했다.
“또, 트리위저드 대회! 끔찍한 운영이었죠. 나이 제한선? 왜 사전에 성년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서 그들만 불의 잔에 접근할 수 있게 하지 않았는데요? 마치 미성년 호그와트 학생에게만 개구멍을 열어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발상 같아요— 젠장, 그러니까 모두가 제가 이름을 넣었다고 생각했죠.”
“대회는 재앙이었어요. 관중들은 두 번째 대회부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그저 지루해하기만 했고, 챔피언들은 보는 눈 없이 고립된 공간에서 위험에 대처해야만 했죠. 그리고 ‘그게’ 볼드모트의 부활을 불러왔단 말입니다. 우승컵이 포트키로 교체된 보안 결함까지 논하기엔 입이 아플 것 같네요.”
“공정하게 말하면, 대회 운영은 나만이 아니라 카르카로프와 막심의 책임이기도 했단다.” 덤블도어가 덧붙였다.
“책임자가 여럿이라고 책임이 나뉘는 건 아니예요. 오히려 그만큼 더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죠.” 해리는 단호히 잘라 말했다.
“그 또한 공정한 지적이구나.”
해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인선— 그야말로 최악이었죠. 선생님이 고용한 사람들을 봐요. 필치, 퀴렐, 록허트! 해그리드! 그리고 스네이프! 맙소사, 스네이프조차도 선생님보다 나쁘진 않았어요— 그를 고용한 사람이 선생님이잖아요.”
“뭐, 난 네가 해그리드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죠. 저와 론,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를 사랑해요— ‘개인적’으로요. 저흰 그냥 학생이었고, 호그와트의 교육의 질 따위야 상관할 게 아니니까 해그리드가 교수가 되어서 행복한 게 제일이죠. 하지만 교육자로서, 객관적으로? 아뇨. 그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적극적으로 나빴어요.”
“하지만 그가 히포그리프 건으로 비난받았던 게 부당하다는 건 너희 모두가 동의했다고 생각했단다.”
“정말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해그리드는 제 학년 학생들에게 한 해 동안 폭탄 꼬리 스쿠르트 돌보기를 시켰어요. 그 괴물은 위험하고, 사악했고, 어떤 교육적 경험도 남겨주지 않았어요. 말할 필요도 없이, 저와 급우들은 그 시간 동안 OWL과 NEWT에 필요하거나, 일반적으로 그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알 것으로 기대되는 다른 신비한 동물을 실습하지도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신종 생물이었으니까— 더 해볼까요?”
“할 말이 없구나.” 덤블도어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만 변명이 허락된다면, 그 모든 건 필요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구나.”
“네 뭐. 볼드모트에 대항하거나,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거나. 그런 거 말이죠. 정확히 그게,” 해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교수님이 교육자가 아니라 영웅인 이유고요.”
“네 말이 맞단다. 해리.” 덤블도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를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건, 그것을 ‘실제로’ 잃어야 한다는 거지. 그게 책임이란 거니까.”
“스네이프가 파괴한 학생들의 동심이나, 교장 선생님의 교육자로서의 평판 같은 거요?”
두 마법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덤블도어가 말했다. “네 말로 내가 정치인이 되어선 안 됐던 이유가 설명된 것 같구나. 내가 호그와트에서 했던 일이 온 마법세계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겠니?”
“오.” 해리가 탄식했다. “교수님이 옳았어요. 마법부 장관이 되지 않기로 하셨던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데스이터가 사회를 어지럽히던 당시, 많은 마법사들이 덤블도어가 차기 마법부 장관이 되길 원했다고 하던데 그가 그 자리에 앉았다면 미래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덤블도어의 천성적인 직업은 교육자라고 생각하시나요?
— 페잉 메시지
페잉 질문에 대한 2월 27일자 답변을 조금 고쳐서 옮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팬픽션식 변형(웃음).
어설픈 암살자 드레이코 말포이가 천방지축으로 날뛰게 내버려둔 것도 언급했어야 했는데 적다가 까먹었다. 나중에 추가하기도 애매해서 내버려 두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