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욕

해리와 스네이프의 콩트.

7월 3일자 트윗을 미세하게 고쳐 올림.


“넌 뭐가 문제냐?”

“제가 좀…… 고아라서요.” 해리가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어머니 아버지를 모르고 자라서 문제가 있는 아이로 큰 거죠.”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징계나 먹도록.”

스네이프의 목소리에서는 냉기가 뚝뚝 떨어졌다.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맨날 제가 고아라는 걸 조롱하는 것만큼 교수님이 즐겨버릇하시는 게 없었잖아요.”

스네이프의 눈썹 한쪽이 치켜 올라갔다. 오래된 미국 사이파이 드라마의 모 등장인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스네이프는 천천히, 얇은 입술을 들어 올렸다.

“기술적으로 난 네 ‘양친의 부재’를 모욕하지 않았다만.”

“뭐, 진심으로 여기서 변명하시는 건가요. 고아한테 부모 욕을 하는 게 어디 보통 말입니까?”

“……그리고 ‘부모’ 욕도 하지 않았지. 내가 모욕한 건 네 아버지뿐이고, 그건 그냥 네 아버지와 너를 모욕한다는 뜻이다. 부모 욕이나 고아성(性)의 모욕이 아니라.”

이쯤 되면 해리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자랑이냐?

“교수님, 부디 자신이 가한 모욕을 기억해달라고 애걸하는 건 패배를 인정하는 방식이라기엔 좀 비참한 것 같네요. 유감이지만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기엔 제가 너무 바빠서요. 또한 저는 고아 새끼답게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모르고 그래서 엄마 욕이나 아빠 욕이나 똑같답니다 — 혹시 모르실까 봐요.”

그날따라 제정신을 내다 버린 해리였지만, 해리는 자신이 완전히 선을 넘어버렸단 걸 깨달았다.

돌아보면, 스네이프가 머리꼭지가 끝까지 돌아버렸을 때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제정신을 담아 정리하자면, 해리는 이제 죽었다.

해리가 자신의 운명을 가늠하는 동안 스네이프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보랏빛으로 변했고, 마지막으로는 완전히 창백해졌다. 그 내내 그에게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좋다.”

적막을 깨고, 스네이프가 말했다.

“기억해두지. 썩 꺼져!”

살았다?! 해리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시 몸을 돌려 인간에게 가능한 가장 빠른 속도로 스네이프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때로는 사람이 너무나 화가 나면 도리어 말문이 막혀 얌전해지고는 하는데 스네이프의 분노 또한 마찬가지였나 보다, 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물론 해리는 그것이 스네이프의 만성적인 성질인지 제게 주어진 한때의 행운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스네이프에게서 부모님 욕을 듣지 않게 된 것이 우연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