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할 권리
아무도 죽지 않고 함께하는 각각의 낙원에 환생한 해리와 스네이프. 하지만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옛날에 해리가 볼드모트도 없고 부모님도 살아계신 평행세계로 갔는데 엄마아빠 오래전에 이혼해있고 릴리가 해리 데리고 스네이프(과거에도 현재에도 죽먹자 아님 그냥 잘나가는 제약회사 연구원임)랑 재혼했던 썰을 푼 적이 있었다...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졸지에 스네이프를 아빠라고 불러야 할 처지가 된 해리가 멘붕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각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죠
친아빠 제임스와는 일주일에 한번 저녁먹는(해리와 제임스만 만남) 좀 어색한 사이인 것...—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쓰다 만 조잡한 썰의 일부였는데 새아빠 스네이프라는 미친설정에 흥분해서 핑퐁하다보니까 대충 전체 가닥이 잡혀서 처음부터 다시 써보기.
팬픽션: 해리는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모든 게 엉망진창인 세계로 트립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합니다. 볼드모트도 없고 해리의 부모님도 살아있는—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세계지만, 릴리는 해리를 데리고 스네이프와 재혼했고, 제임스는 시리우스와 바람나서 새살림 차렸고, 볼드모트는 없지만 어째선지 호그와트의 교장실에는 톰 리들 교장 선생님이 앉아계시고, 반면에 덤블도어는 성 뭉고 병원 정신병동에 누워있는 세계를 해리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더 자세한 줄거리: 해리는 킹스 크로스 역에서 돌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너무 지쳤거든요...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떤 세상에 가고 싶니?" "아무도 살해당하지 않는 세계요. 부모님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싸우지 않아도 되는..."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그렇게 해리는 아무도 죽지 않은 세계에서 눈을 뜹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계십니다. 아무도 볼드모트가 누군지 모릅니다. 물론 죽음을 먹는 자들도, 내전도 없습니다. 잘 됐다! 이제 행복하게 부모님하고 친구들과 살면 돼! 글쎄.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 게 곧 부-모 님과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이 세계의 아빠는 스네이프입니다. 뭐라고? 물론, 생부는 제임스 포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리 '포터'가 존재할 수도 없었겠죠. 어쨌든 이 이야기의 시대와 배경은 20세기 후반의 영국이고, 이혼이라는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죠?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사실 엄밀히 말하면 스네이프라고 할 수도 없어요. 세베루스 에반스죠. 네. 세베루스는 릴리의 데릴사위가 되기로 했습니다. 릴리는 세 번(첫 번째는 결혼했을 때, 두 번째는 이혼하고 원래 성으로 돌아왔을 때였죠)이나 성을 바꾸고 싶지 않았고, 세베루스는 자기 아버지의 성을 좋아하지 않았죠.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물론 해리가 원한다면 제임스랑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베루스는 그냥 엄마의 남편이지 새아빠는 아니겠죠. 그래도 여전히 새아빠를 받아들일 준비는 해야 합니다.
당연히 제임스도 재혼했습니다. 애초에 제임스가 먼저였어요. 그렇다기보단 제임스가 바람이 나서 이혼하게 된 거였죠...—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해리의 또다른 새아빠는 시리우스 블랙입니다. 그 외에 누가 있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도 같은 대부가 드디어 진짜 아버지가 된 거죠! 해리, 왜 그래? 기쁘지 않니?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11살, 7월 31일, 1991년. 모든 것이 시작된 그 날. 해리는 푹신한 침대 위에서 다시 눈을 뜹니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어린아이의 방이었지요. "믿을 수가 없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누군가 해리를 부릅니다. "해리, 내려와서 아침 먹으렴!" 아, 엄마! 해리는 깨닫습니다. 여긴 내 소원이 이루어진 세계야!
해리는 환희에 차 방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몇 걸음 안 가 바로 주방까지 갈 수 있었지요.
익숙하고 그리운 인물이 해리를 반겨줍니다.
안녕 스네이프? 너 왜 여깄니?—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스네이프가 누런 이를 씨익 드러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해리. 이제 너도 열한 살이구나!"
고마워요...?
릴리-'아, 만나고 싶었어요'-도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생일 축하해, 해리! 자, 선물부터 뜯어봐도 좋아!"
해리에겐 포장 속 선물보다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해리의 참을 수 없는 거대한 의문-사실 너무나도 명백하지만 차마 직시할 수 없기에 생겨나는-은 곧바로 풀리게 됩니다.
해리의 머뭇거리는 얼굴을 보고는 스네이프가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음, 그래. 심정 이해한다. 너도 생일에는 진짜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은 거겠지?"—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릴리가 급하게 외칩니다. "그런 말 마, 세브! 애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릴리는 해리로 시선을 돌리며 타이르듯이 말합니다. "해리, 아직 세브가 익숙하지 않은 건 알겠지만 오늘까지 심통 부리진 말자. 생일날에 마음이 안 좋아서야 되겠어? 어차피 저녁에는 제임스에게 가기로 했잖니."
— 주유월 (@JuYuwol) 2018년 11월 28일
이거 해리가 아니라 스네이프가 트립한 거라면 어떨까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과연 눈떠보니 릴리와 결혼해 있었다고 행복할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을 거야......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처음에는 어어하다가 내가 죽어서 보상을 받나? 여긴 천국인가? 소원이 일부라도 이뤄진 세계인가? 싶다가 가면 갈수록 뭔가 아니다, 어쩐지 기분이 계속 안 좋다 싶어서 자괴감을 느끼는 거죠 '왜지 릴리도 살아있고 심지어 나하고 결혼했잖아 나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지?'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그러던 어느날 못생기고 음침한 새아빠를 평범하게 싫어하는 어린해리(10세, 제임스 클론, 트립X)를 애써 달래면서 데리고 나가 아이스크림 사먹여주다가 퍼뜩 아 이건 진짜로 아니다 싶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 것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릴리를 사랑했던 것도 맞고 그 릴리의 아들인 해리를 지키고 싶었던 것도 맞는데 그 걸 한꺼번에 하는 건 도무지 견딜 수 없었던 거죠 그는 푸른 청정의 땅을 받아들일 수 없어 피를 뿜으며 죽어버린다구~!(나우시카의 잘못된 인용)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그리고 17년간 그의 머릿속에서 릴리는.. 죽은 사람이라서 사랑할 수 있었던 거였잖아요 영원히 학창시절 짝사랑이기에.. 영원불멸하기에...!!
과연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온 서른셋 이혼녀 릴리 에반스도 그가 사랑하는 릴리인가? 그럴 수 있는가? 답을 내야만 한다..!—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좀 오래된 SF의 흔한 클리셰죠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를 나가 불행할 권리를 찾아나서는 주인공들...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결국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법을 찾았는데(비록 그 결말이 릴리의 죽음 자신의 죽음 해리의 죽음으로 끝나더라도.. 모두가 불행해지더라도.. 더럽게 꼬인 팔자) 깨어나보니 스넾은 성뭉고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있었고 기적적으로 깨어났다는 클리셰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그리고 해리 포터가 스네이프 기념관 세워놨음 그의 꼬인 팔자는 끝나지 않는다 응응 당연하지 불행함을 찾아왔는데 해피엔딩이 있을 리가 없잖아!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
어떠한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정석적인 클리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주유월 (@JuYuwol) 2018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