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

해리는 스네이프에게 자신의 이상한 꿈에 대해 말한다.


여느 날과 같은 마법약 수업시간이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를 세 번 비웃고 두 번 트집 잡고 마지막으로 한 번 빵점을 줬다는 뜻이었다. 마찬가지로 여느 때와 같이, 해리의 가장 싫어하는 선생은 해리만을 굳이 콕 집어서 뒷정리를 하라고 시켰다.

그날에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날따라 사용했던 마법약 재료가 유독 끈적끈적하고 흘리기 쉬운데다 닦기도 어려운 것밖에 없어 청소가 유난히 힘들었다는 점뿐이었다.

교실 앞 교탁에 앉아서 해리를 감시하는 겸사겸사 학생들의 숙제로 보이는 것에 빨간 잉크로 줄을 죽죽 긋는 (결코 업무에 있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다) 스네이프와, 숨막히는 침묵에 잠긴 채 단둘이 있는 것은 빈말로라도 고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용함의 고통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침의 일 때문이었는지, 돌연한 변덕이 솟아 해리는 스네이프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꿈에서 교수님이 나왔어요.”

교탁 쪽에서는 다를 것 없이 양피지를 죽죽 긋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바로 닥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암묵적 허가에, 해리는 마대자루를 앞뒤로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스네이프 상대로 그 스스로도 믿을 수 없으리만치 말이 술술 나왔다. 어쨌든 그는 심심했다.

“그게, 헤드위그 — 제 부엉이예요. 흰올빼미 암컷인데 새하얘서 무척 예뻐요, 아무튼 — 가 말포이의 수리부엉이와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았지 뭐예요. 그게 정말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상하게도 그걸 스네이프 교수님이 알려주셨어요. 꿈 속에서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스네이프는 여전히 침묵할 뿐이었다. 그게 다냐, 라든지 뭐 어쩌라고, 같은 추임새라도 돌아오면 좋았을텐데 — 잠깐, 해리는 지금 스네이프의 갈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어깨를 으쓱하곤 해리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와 말포이는 헤드위그가 낳은 알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어요.”

“못된 — 죄송, 꿈이라고요 — 말포이 녀석이 끝내 알을 가져갔죠. 심지어 헤드위그까지 멋대로 납치해 갔어요. 그래서 전 고일을 매수해서 말포이가 헤드위그를 가둬 둔 새장의 열쇠를 얻어냈죠.”

“그런데 거기서 교수님이 다시 나타났어요 — 나타나셨다고요. 그리고 알에 대해 알려준 건 자기니까 헤드위그는 자신한테 달라고 했죠. 재밌게도 아주 애걸복걸…….” 해리는 스네이프의 눈치를 살짝 보고는 말을 고쳤다. “……그러니까, 아주 심각하게 부탁하셨어요. 모든 게 전혀 말이 안 되죠, 그쵸? 그렇지만 꿈이니까, 그때는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는 그냥 그러겠다고 말했죠.”

거기서 해리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스네이프 쪽을 살짝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네이프가 하던 것을 완전히 멈추고 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헛소리를 너무 해서 열받았구나. 죄송합니다 닥치겠슴다, 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그래서?” 스네이프가 말했다.

“예?”

“그래서 어떻게 됐지?”

해리의 반문에 돌아온 스네이프의 말이었다. 그걸 듣고 있었던 건가? 이해를 뛰어넘은 상황에 해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재촉에 답했다.

“어……. 그래서 그냥 새들을 데려갔어요. 그런데 막상 헤드위그를 보니까 남 주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하기야 당연하죠. 어쨌든 제 새잖아요. 그래서 그냥 헤드위그를 데려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헤드위그의 새끼가 — 그새 부화했어요 — ‘거짓말을 한 벌이야’라면서 제 뇌를 쪼아먹었어요. 그래서 전 죽었죠. 그게 끝이에요.”

할 말이 떨어진 해리가 입을 다물자 교실은 다시 숨막히는 조용함으로 꽉 차버렸다. 아무래도 스네이프는 방금 전의 “그래서” 뒤로 더 말을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눈치를 살살 보던 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그냥 이상한 꿈이었어요, 꿈이 다 그렇지만요…….”

“나가.” 돌연, 스네이프가 말했다.

“어, 지금요?”

“나가라고. 나라고 언제까지 네 꼴을 바라보고 싶겠냐?”

그야말로 감사한 말이었다. 꺼지란 말을 들은 즉시 해리는 뒤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났다.

지하감옥을 서둘러 빠져나오면서 해리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고 생각했다. 꿈도 꿈대로 이상했지만, 무슨 생각으로 스네이프에게 친한 척 말을 걸어서 그 헛소리를 신이 나서 늘어놓았는지, 자기 자신의 일인데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스네이프가 (아마도, 멍청한 소리를 더 들어줄 수가 없어서) 해리를 쫓아내버린 것은 아닌 와중의 수확이었지만, 차라리 닥치고 끝까지 청소를 했던 쪽이 어색함과 괴로움이 덜했으리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그런 이상한 날이었지만 해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잊어버렸다. 어쨌든 그 모든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었고, 해리에게는 더 이상한 나날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리는 스네이프가 그 이상한 꿈 이야기를 잊지 못했으리라고는 결코 알지 못했다.


4월 17일자 트윗을 미세하게 고쳐 올림.

쓸데없는 잡학상식: 흰올빼미와 수리부엉이는 실제로 유전적으로 가까워서 잡종 교배가 가능하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냥 의도치 않게 스네이프의 심장을 1분에 100번 정도 떨어뜨리는 해리가 보고 싶었음.

P.S.

해설: 해리의 꿈 속 인물들은 해리-볼드모트, 말포이-덤블도어, 헤드위그-릴리, 스네이프-스네이프, 고일-페티그루, 헤드위그의 새끼-해리에 각각 대응됩니다.

너무 뻔한 은유라고 생각했는데 자평과 달리 비유가 영 형편없었는지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서 뒤늦게 달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