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모트와 삶의 무게
볼드모트는 어째서 불멸에 집착했는가? 왜 호크룩스를 만들었는가? 이에 대한 사적인 해석.
2021년 11월 13일자 트윗 스레드를 약간 다듬어서 옮김.
볼드모트는 어째서 불멸에 집착했는가? 왜 호크룩스를 만들었는가? 많은 볼드모트 연구가들[오타쿠를 약간 더 점잖게 부르는 용어]이 품은 의문이고 의문의 수만큼 답이 존재하는 공백의 영역이다.
나는 볼드모트가 호크룩스를 만든 이유는 그가 아주 공허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볼드모트에게 특별한 목적의식, 목표의식이 없었고 그가 그저 좋을대로 폭력과 악을 휘두른 결과가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고 보고 있고(에세이 ‘고아원에서 고드릭 골짜기까지’ 참조) 이에 근거해 내린 결론이다.
그는 무게가 없는 인간이었다. 세상에 자신을 고정할 닻이 될 요소가 전무했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게란 무엇인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설명하려니 복잡한데…… 요컨대 당장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삶을 지탱할 요소. 근데 볼드모트는 단지 부여받은 삶 그 자체의 관성을 제외하면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인간이다.
‘고아원에서 고드릭 골짜기’까지에서 “톰은 머리가 좋았고 그렇기에 일찍이 절망했습니다. 어차피 하찮게 뒈질 거란 걸 ‘알았습니다’.”라고 얘기했던 것도 볼드모트에게 ‘무게가 없다’라는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반대로 이것에 근거해서 무게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톰은 너무 일찍이 — 그러니까 자신과 삶에 대한 온전한 자각과 (자각에서 나오는) 집착이 생기기도 전에, 오직 관성에서 나오는 생존욕구만을 가지고 있는 지극히도 ‘가벼운’ 시기에 — 삶의 공허를 마주해 버렸고 그게 그의 삶의 태도를 평생 좌우했다고 생각한다. 볼드모트가, 톰 리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그는 살해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타의에 의해서건 자의에 의해서건, 이겨내지 못하고 짓눌려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볼드모트가 갖고 있는 것은, 즉 그의 무게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렇기에 닻은 즉 자기 영혼의 분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호크룩스를 만든 것이다. 그에게 호크룩스는 어떠한 무게도 없는 자신을 세상에 강제로 고정시킬 닻이었다.
그렇게 보면 그가 어째서 호크룩스를 여러 개나 만들었으면서 (해리가 지적했던 것처럼) 철저한 은닉을 추구하는 대신 눈에 띄는 물건으로 만들어 손 닿는 곳에 대강 두었는지가 설명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무언가에 죽임당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만든 물건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찾아내서 죽이는 게 가능해야 했던 것이다. 자기 손 닿는 곳에 닻을 (스스로 끊어버릴 수 있음에도!) 갖고 있어야 진정으로 죽음을 정복했단 걸 증명할 수 있을 거 아닌가. 물론 이 모든 것은 볼드모트가 의식적으로 행한 게 아닐 것이다. 무의식 아래에서 상징적으로 일어난 일일 것이다.
볼드모트가 두려워했던 ‘죽음’에 ‘자기자신에게 살해당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면 그가 그 자신의 호크룩스였던 해리에게 살해당한 것은 꽤나 재미있는 수미상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