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보아구렁이
7화. 재회 (2)
‘소년’이 마침내 호그와트에 올 날을 앞두고, 세베루스는 막연히 예견했다. 아니, ‘알았다’.
대연회장에 제 어머니라곤 하나도 닮지 않은, 꼭 제임스 포터의 축소판처럼 생긴 소년이 들어온다. 제 아비처럼 건방지고 버릇없는 소년은 제 부모처럼 그리핀도르에 들어간다. 자신은 당연하게도 그를 증오한다. 자신은 적당히 그 오만함을 눌러 줄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는 버릇없이 대답하고, 그리고, 그리고…….
세베루스의 상상 속에서 소년의 모습은 간혹 달라지기도 했다. 반대로 릴리를 빼닮은 모습, 황당하리만치 부모를 전혀 닮지 않은 제3의 모습, 심지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여자아이로 나타나기도 했다(물론 그럴 일이 있었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진작 덤블도어가 자신에게 떠들어댔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 이후는 같았다.
그것이 순리고, 이치고, 마땅히 ‘정해진’ 것이니까. 안 그런가?
그렇게 ‘정해진’ 대로, 실제의 소년은 하늘을 찌르게 오만방자한 아비의 축소판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과분한 희생이 만든 제 흉터가 그리도 자랑스러운지, 아니면 단지 그리도 튀고 싶었던 것인지, 녀석은 모자도 쓰지 않고 나타났다. 자신이 어디에 갈지 너무나 확고히 알고 있다는 듯, 다른 긴장한 신입생들과 달리 무료한 표정으로 건들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절로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어느새 소년의 차례가 되었다. 결과야 뻔하다. 세베루스는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렸다. 소년이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사자 무리로 떨어지는 꼴을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슬리데린!”
모자의 선언에 이내 잘나신 살아남은 아이를 환영하는 환호성이 잇따랐다.
‘그래, 빨리 가 버리라고, 어차피 일어날 일 얼른 끝내 버리란 말이다, 네 자리…….’
…….
‘슬리데린으로……?’
무언가 잘못됐다.
“오호라……. 이것 참 무척 흥미롭군요. 그래서 소감이 어떠신가요, 스네이프 교수님?”
저 옆에서 덤블도어가 말을 붙여왔다.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꿈인데요.” 세베루스의 목소리는 마치 폭풍이 오기 전날의 하늘처럼 안온했다.
그래,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너무 전형적이었다. 이런 게 현실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정신술의 대가였다. 악몽쯤이야 가볍게 웃어넘겼다. 정말이지, 현실에서 연회를 다시 겪을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옆의 동료들이 어째 바들바들 떠는 게 보였다. 하긴 꿈속의 주민들에게 이 세상이 꿈이라는 건 꽤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세베루스!” 덤블도어가 싱긋 웃었다. “유감이지만 이곳은 현실이라네.”
“하! 꿈 맞거든요.” 그렇게 코웃음 치고 세베루스는 가볍게 검지가 손등에 맞닿도록 꺾었다. 전형적이지만 효과적인 수법이다.
그리고 손가락은, 평범하게 아팠다.
“……꿈이어야 하는데.” 세베루스는 얼굴을 와락 우그러뜨렸다.
옆의 필리우스가 온몸을 비틀어댔다. 다시 보니 그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반대편의 포모나는 웃음소리가 비어져 나오지 않게 하려고 아예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세베루스는 거의 공황에 빠져 있었다. “방금 저 애가 맥고나걸 교수님을 보는 표정 못 보셨나요? 본인조차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해진 건 정해진 거라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젓던 덤블도어는 어조를 바꿔 은근한 태도로 속삭였다. “뭐……. 어떻게 보면, 자네에게도 이편이 더 수월하지 않겠나?”
‘저는 그놈의 애새끼를 지키겠다고 했지 돌보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요.’
상사의 불쾌한 압박에 세베루스는 말없이 덤블도어를 노려봤다.
“하여간에, 아주 재미있게 됐어. 이번 학기는 정말 기대되는군.” 덤블도어는 그렇게 말하며 앞에 놓인 황금 잔을 홀짝였다.
……빈 잔을. 그야 배정식이 끝나지도 않았으므로.
새 학기가 걱정됐다. 매우.
* * *
위즐리 다음으로는 남은 학생이 얼마 없었기에 배정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저녁 연회가 시작되고 테이블 위에 음식이 가득 나타났다.
그제야 해리는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슬리데린의 신입생은 해리까지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의 남학생과 다섯 명의 여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세 명은 이미 아는 얼굴인 말포이, 크레이브, 고일이었다. 테이블에는 트레버를 찾으러 열차를 돌 때 본 학생도 제법 있었다.
아이들이 해리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말을 걸어왔다. 상급생들도 해리에게는 관심을 보였다. 열차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리는 또다시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맞서야만 했다.
“내 친척들이 머글이어서 사악한지는 모르겠고, 그래, 확실히 사악하기는 했지.”
“내 눈은 살인 저주를 쏘지 않아……. 이건 봉인구인지 뭔지가 아니라 그냥 안경이야.”
“본인에게 네가 천 년에 한 번 나타날 엄청난 천재냐고 물어봐 봤자 할 말이 없는데. 어쨌든 난 고작 열한 살인걸.”
“도대체 어떻게 ‘사실 진짜 해리 포터는 10년 전에 죽었고 너는 새 신분으로 마법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변장한 그 사람 본인이니’라는 질문에 ‘어’가 돌아올 거라고 기대할 수가 있는데?! 만약 그 멍청한 헛소리가 사실이래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아니, 아까 말은 무슨 의미심장한 암시 같은 게 아니거든. 그냥…… 아니라고! 저기? 내 말 듣고 있지?”
해리는 진짜로 도서관에 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해리가 유명세를 치르는 동안 말포이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해리에게 관심을 다 빼앗겨서인지 그의 바로 옆자리에 무시무시하게 생긴 유령, ‘피투성이 바론’이 앉아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식사 시간 내내 ‘기름진 음식밖에 없다’, ‘집에서 먹었던 고급 식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그러는 동안 해리는 테오도르 노트, 블레이즈 자비니라는 다른 동년의 남학생들과 말을 텄다. ‘아버지가 네 얘기를 하더라’라며 말을 붙여 온 테오도르(그들은 말포이와 달리 성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말포이를 이미 알고 있는 기색이었는데, 별로 친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해리가 말포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블레이즈는…… 그냥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다만 해리에게 말을 걸려고 찾아온 상급생들이 블레이즈를 보고는 ‘장례식에서 보지 않았냐’라는 말을 건네는 일이 몇 번이고 있었던 것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여학생들과도 한 번씩은 인사를 나눴는데, 다들 해리를 그럭저럭 좋게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고립될 걱정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론만큼 마음에 든 아이는 없었기 때문에 해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 쪽을 힐끔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슬프게도 사람들에게 가려서 론은 보이지 않았다. 해리는 과연 론이 자신을 기억하기는 할지 궁금했다.
연회가 끝난 것은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덤블도어 교장의 짤막한 연설에 이어 교가 제창까지 마무리되자 학생들은 반장들을 따라 기숙사로 이동했다.
슬리데린 기숙사의 휴게실과 숙소는 지하감옥에 위치했다. 반장들이 장식 없는 돌벽 앞에 멈춰 서서 암호를 말하자 숨겨진 문이 나타나 열렸다.
나지막한 천장의 기숙사 휴게실은 거친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천장 곳곳에 매달린 초록빛과 은빛의 등불이 방을 밝혔다. 창문 너머는 온통 새카맸다. 반장들은 그곳이 호수 아래라고 설명해 주었다. 창밖을 들여다보다 거대한 촉수처럼 생긴 것이 지나가는 것을 본 여학생들이 꺅 비명을 질렀다.
“자자, 얘들아, 피곤한 건 알겠지만 잠깐만 들어줘.”
반장들은 신입생들을 휴게실 한가운데로 모으고는 공문으로 보이는 종이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휴게실의 다른 상급생들이 그들을 힐끔거렸다.
“너희들을 위해 쓴 거니까 꼭 읽어봐. 궁금한 게 있으면 지금 물어보고.”
슬리데린 신입생 안내문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전통 있는 슬리데린 기숙사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원만하고 안전한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 알아 두셔야 할 것을 적어 두었으니 모두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1. 1학년은 모두 ○○시 전까지 기숙사 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소등은 ○○시입니다.
2. 출입 암호는 2주마다 바뀝니다. 휴게실 게시판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외부인 출입, 암호 유출 모두 엄금입니다.
3. 우리 기숙사 학생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이 휴게실에 있다면, 절대 교수님을 불러오지 마시고 못 본 척하세요. 그들은 공식적으로 이곳에 없습니다.
4. 슬리데린의 담당 사감 선생님은 마법약 과목을 담당하시는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이십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기본적으로 같은 슬리데린에게는 무해합니다. 지시에만 복종하면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5. 스네이프 교수님께 첫사랑에 대해 묻지 마세요.
6. 아예 스네이프 교수님께 사적인 질문을 하지 마세요.
7. 5번, 6번 규칙에 대해 스네이프 교수님께 발설하지 마세요.
8. 1학년 중 샐리-앤 퍽스라는 이름의 학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절대 답하지 마시고 즉시 가까운 교수님이나 반장에게 신고하세요.
9. 1학년은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할 때 무조건 전원 동행해야 합니다. 기숙사 내규입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학기 첫 달 신입생 소실률’에 대단히 신경 쓰고 계시며, 당신이 담당하는 학생이 또 다른 샐리-앤 퍽스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10. 휴게실에 비치된 다과는 먹을 만큼만! 욕실 비품 훔치지 마세요. 또한 가구 파손 시 동일 물품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11. 장식장 안의 해골은 진짜 인골이니까 손대지 마세요. 10번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12. 지하감옥 2번 교실은 방과 후 자습실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합니다. 마법 및 변신술 연습, 마법약 제조 등은 가급적 휴게실보다는 자습실에서 부탁드립니다. 특히 휴게실 내에서 환각성 물질 절대 제조 불가입니다.
13. 휴게실 내 플루는 기본적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습니다. 향수병 때문에 벽난로를 집에 연결하려고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교내 인트라넷 특성상 무조건적으로 스네이프 교수님 사무실에 연결된다는 점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4. 벽난로의 에메랄드빛 불꽃은 장식용으로, 플루 불꽃이 아닙니다(13번 규칙 참조). 상급생들이 뭐라고 말하든, 절대 벽난로에 들어가지 마세요. 매년 화상 사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15. 그냥 벽난로를 가만히 놔두세요.
16. 마시멜로 구워 먹는 건 괜찮습니다.
17. 휴게실 창문을 모스부호로 두드리지 마세요. 허가 없이 인어와 접촉하는 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마법부 관할이므로 학교가 책임지지 못합니다.
18. 같은 슬리데린 학생들끼리 싸우지 마세요. 기숙사 점수만 깎아 먹습니다. 차라리 다른 기숙사 학생들에게 시비를 거세요. 그러면 다른 기숙사 점수도 같이 깎입니다.
19. 되도록 그리핀도르로 부탁합니다. 래번클로와 후플푸프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무시해도 됩니다.
20. 무슨 일이 생기면 되도록 반장들에게 문의해 주세요. 스네이프 교수님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우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별일 아닌 걸로 교수님을 귀찮게 하면 우리는 더 귀찮아집니다.
이상입니다. 즐거운 학교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슬리데린 반장 일동
‘저기요.’
안내문을 읽은 해리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지만 대관절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 여자 반장이 나와 말을 이었다.
“특히 우리 슬리데린의 아름다운 전통인 ‘1학년 굽기’를 조심하도록 해. 그래, 야만적인 풍습이지. 중요한 건 너희가 속지 않는 거야. 상급생들이 뭐라고 말하든 다 거짓말이니까 벽난로 안에 들어가면 안 돼. 알았지?”
도대체 얼마나 멍청해야 자유의지로 벽난로에 기어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3살짜리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의 생각과 달리 옆의 아이들은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야, 재미없게! 그걸 벌써부터 알려주면 어떡해! 이게 다 전통인데!”
벽난로 옆 고풍스럽게 세공된 안락의자에 앉아 있던 남학생 서넛이 야유를 보내왔다.
“닥쳐, 망할 놈들아. 애새끼들이 노릇노릇 구워진 채로 스네이프 사무실에 배달되면 우리가 무슨 꼴이 될 것 같아?”
“알 바냐? 얘들아, 쟤들 말 듣지 마!”
상급생들의 언쟁에 신입생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해리는 하급생에게 불을 지르는 게 일상이라면 돼지로 만드는 것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샐리-앤 퍽스는 무슨 말이야? 아까 후플푸프에 걔가 들어가지 않았어?”
한편 신입생 무리에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여학생이 외쳤다. 그러자 아이들 앞에서 말하던 반장이 다가와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애의 목소리를 들었니?”
“아니.”
“그럼 됐어! 그냥 잊어버려. 매년 나오거든. 여기도 후플푸프처럼 지하다 보니까 가끔 출몰한단 말이지……. 망할 년. 자기 기숙사에나 가라고.”
‘뭐가 출몰하는데?!’
다들 설명을 더 듣고 싶은 눈치였지만 반장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안내문을 도로 걷어가고는 숙소로 안내했다.
저녁의 기우와 달리 말포이의 객실에 남겨졌던 해리의 짐은 아주 멀쩡한 상태로 숙소까지 배달되어 있었다. 헤드위그가 안 보이는 것에 순간 깜짝 놀랐지만, 옆의 다른 아이들이 자기 부엉이 어디에 갔냐며 중얼거리는 말을 듣자니 아무래도 부엉이들은 일괄적으로 다른 곳에 간 것 같았다.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해리는 생각에 잠겼다. 죽고 싶지 않으면 3층 복도에 들어가지 말라는 교장의 연회 연설도 그렇고, 마법학교는 좀…… 이상했다. 하기야 이 학교는 원서를 제때 안 보내는 학생을 납치하는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야만성이야말로 마법의 매력이리라. 해리는 대충 납득하기로 했다.
피곤에 전 해리는 곧장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깃털 베개의 저항할 수 없는 폭신함에 눈이 절로 감겨왔다……. 해리는 그대로 까무룩 잠에 들었다.
* * *
새벽 3시, 짧게 붙였던 눈을 뜨고 세베루스는 지하감옥 복도에 나왔다. 순찰을 위해서였다. 집에서 갓 나온 코흘리개들이 도착한 날에는 언제나 사고가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그들은 늘 몽유병이든 향수병이든 갖가지 이유로 숙소를 빠져나오곤 했다.
기대에 걸맞게 복도 저 멀리 연회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작은 인영이 어른거렸다. 세베루스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무단 외출자를 잡으러 걸음을 서둘렀다. 막 학생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순간, 학생이 갑작스레 고개를 돌렸다.
‘소년’이었다.
‘하필이면.’
예상보다도 이른 첫 조우였다.
“참 아름다운 곳이야.”
잠옷 차림의 소년이 입을 열었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천장을 수놓은 아름다운 밤하늘, 우아하게 회장을 밝히는 촛대……. 심지어 어린애들의 떠들썩함마저도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야……. 아아, 얼마나 그리웠는지! 이곳은 언제나 내 집이었어…….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거야.”
‘네가 여기 언제 와 봤다고.’
배회와 횡설수설. 전형적인 몽유병이었다.
경험상 몽유병 환자를 강제로 깨우면 더 귀찮아진다는 것을 세베루스는 알았다. 깜짝 놀라서 칭얼거리거나, 더 나쁘게는 눈앞의 낯선 남자에게 놀라 비명을 빽 지르곤 하는 것이다. 잠든 채로 적당히 기숙사로 돌려놓은 뒤, 다음날 호출해서 훈계를 하든 벌을 주든 하는 게 가장 나았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이만 자러 가라.”
세베루스는 소년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는 기숙사 쪽으로 살살 밀었다. 하지만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초점 없는 눈으로 세베루스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너를 만날 줄은 몰랐어. 오랜만이네.”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걸까. 세베루스는 아닐 것이다.
몽중의 소년은 꿈꾸는 사람 특유의 몽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만나서 반가웠어. 그러면 다음에 또 보자. ……세베루스.”
‘뭐…….’
당황한 세베루스가 흠칫 굳은 사이 소년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뒤쫓으니 저 멀리서 돌벽을 열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소년이 보였다.
‘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세베루스는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새 학기의 날이 밝았다.
작가의 말
본격 마굴 슬리데린.
스네이프는 앞으로도 보조 화자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스네이프가 화자일 때는 지문에서 ‘세베루스’로 지칭됩니다. (해리가 화자일 때는 평범하게 ‘스네이프 (교수)’입니다.) 어째서 ‘세베루스’냐면 제한적 3인칭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스네이프 본인에게 자신은 기븐 네임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사실 제 안에서 스네이프는 ‘스네이프’이므로 쓰면서 많이 헷갈리곤 합니다. 만약 ‘세베루스’ 할 자리에서 ‘스네이프’ 하거나 그 반대가 나오는 실수를 발견하신다면 제보해 주세요.
아무래도 좋은 이야깁니다만 시리즈에서 최애캐를 꼽자면 덤블도어, 스네이프, 볼드모트 3명이 각자 다른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나오는 장면이 되면 너무나 신이 나 버려요. 자제하고 적절히 쳐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행
Cael
Charming Princess2022년 9월 8일 08:19:23
pi2022년 9월 8일 08:20:32
mw2022년 9월 8일 12:18:01
k2022년 9월 8일 13:47:59
익명2022년 9월 8일 14:26:05
익명2022년 9월 8일 15:35:01
익명2022년 10월 7일 20:40:58
익명2022년 11월 5일 17:59:50
익명2022년 12월 15일 20:54:55
헷2023년 1월 18일 17:18:22
익명2024년 6월 8일 15:55:35
익명2024년 8월 14일 14:4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