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보아구렁이
9화. 지혜의 출처 (1)
“거들어줘?”
“사양할게.”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지난번 일을 어떻게 잊겠어? 그러고도 맡기면 학습 능력이 없는 거지.”
“글쎄, 상황이 다르잖아……. ‘이런 거’는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전에도, 어쨌든 학교 다니기는 훨씬 편해졌잖아?”
그렇게 말하며, 꿈속의 인물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타조 깃털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살랑살랑 흔들었다.
“농담하는 거지?”
“아니.”
꿈속의 인물은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한결같이 성격이 나쁜 그다. 해리는 또 다른 자신을 매섭게 째려봤다.
“됐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해리의 선언에, 꿈속의 인물은 고민하듯 뚱한 표정으로 한쪽 턱을 괴고 허공을 째려보다, 끝내 항복, 이라는 느낌으로 두 손을 들었다.
“그래. 혼자서 잘 해봐. 그렇게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다니, 관대한 내가 양보해 줘야지.”
“말은 잘 하네.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으면서…….”
“그건 부정할 수 없는걸.”
잠깐의 정적. 이내 두 ‘해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키득, 실소를 교환했다. 그들이기에 주고받는 시답잖은 유머다.
살랑살랑. 팔랑팔랑. 타조 깃털이 흩날렸다.
* * *
호그와트에서의 첫 주는 순식간에 지나가 금요일을 맞이했다.
해리에게
1학년들은 금요일 오후에 수업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3시쯤 와서 차 한잔 하지 않을래? 첫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듣고 싶구나. 헤드위그를 기다릴게.
해그리드
아침의 연회장, 헤드위그가 물고 온 편지였다.
“무슨 편지니, 해리?”
옆자리에서 아침을 먹던 테오도르가 물었다. 답장을 쓸 깃펜을 꺼내려 가방을 뒤적이던 해리는 건성으로 ‘초대장’이라 답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무슨 초대장이냐, 혹시 교수님께 받은 거냐 따위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해리가 모호한 미소로 답을 얼버무리자 그들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뭘 알아들은 것인지 해리는 알지 못했다. 그냥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전 수업이 마법약이지? 우리 사감 교수님 수업이잖아.”
“스네이프 교수님 말이지. 우리 아버지와 아주 절친한 분이셔. 아버지가 이사장이시거든.”
“그거 정말 놀랍다. 너희 아버지가 이사장이란 걸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여느 때와 같은 말포이의 자기 자랑에, 해리는 그만 반사적으로 빈정대 버렸다. 그의 말에 푸흡 비웃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말포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해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실수였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속으로 진땀이 흘렀다.
론과의 평화로운 우정이 그리웠다. 해리는 얼른 오전 수업 시간이 오기만을 바랐다.
* * *
오전의 마법약 수업은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같이 듣는 과목이다. 급우들은 합동 수업이 썩 탐탁잖은 듯했지만, 해리는 론의 옆자리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단 생각에 신이 났다. 아무래도 소속이 다르다 보니,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인데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말이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지, 사실 론은 해리의 거의 유일한 ‘친구’에 가까웠다.
같은 기숙사의 ‘급우’들과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루두루 원만하고 양호한 편, 아니, 그 이상이었다.
살아남은 아이의 이름값, 앞선 몇 번의 수업에서 보여준 특출한 모습, 거기에 얼떨결에 유사 반장 노릇을 도맡은 것까지 맞물려 해리는 자연히 아이들 사이에서 존중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비록 말포이는 해리의 이러한 입지를 못마땅해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그는 해리의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듯싶었다.
말포이는 꾸준히 해리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시도했다. 해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거나, 그의 체면을 은근히 깎아내리는 식으로 말이다. 솔직해지자면, 집에서 편지를 한 통도 받은 적 없는 그 앞에서 보란 듯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에서 보내오는 과자를 과시하듯 늘어놓는 것은 조금 아팠다.
그러나 그러한 견제는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하나의 역설이었다. 말포이는 해리에게 ‘싫은 녀석’ 이상이 될 수 없었다. 녀석의 수작질과 두들리의 해리를 사회적으로 자살시키려는 집요한 시도를 비교하자면, 그저 코웃음만 쳐질 뿐이었다.
그래, 해리는 명실상부 슬리데린 1학년의 우두머리였다.
단 하나 불행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이 해리에게는 완전히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것이다.
해리는 그냥…… 그렇게 사교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바랐던 학교생활은 친한 친구 한두 명 사귀고 괴롭힘당하는 일 없이 그들과 조용히 오손도손 지내는 거였고, 그가 실제로 했던 학교생활은 음침한 왕따 경력이 삼 년이요 아무도 가까이 안 가는 미친놈 경력이 삼 년이었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대장 사자 노릇은 팔자에도 없고 성미에도 안 맞는 짓이란 것이다.
그래도 해리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기대받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 * *
“아, 그래. 해리 포터. 우리의 새로운…… ‘유명 인사’.”
슬리데린의 모든 1학년은 입학하자마자 선배들로부터 한 가지 주의를 받았다. 스네이프 교수에게 개기지 말라고.
하지만 해리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교수가 먼저 자신에게 개겨오면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포터!”
과목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던 중, 스네이프가 갑자기 해리를 불렀다.
“쑥을 우려낸 물에 수선화 뿌리를 갈아 넣으면 뭐가 되지?”
“살아있는 죽음의 약이 됩니다.”
해리가 즉답했다. 그는 무언가를 더 요구하는 듯한 스네이프의 표정과 발표를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손을 번쩍 든 헤르미온느를 슬쩍 보고는, 덧붙여 말했다.
“……수면제입니다. 많이 마시면 죽습니다.”
스네이프의 입술이 냉소로 비틀렸다.
“‘많이 마시면 죽습니다’? 6살짜리도 그런 답은 할 수 있겠어. 혹시 ‘용량만이 독을 결정한다’라는 격언을 들어 본 적 있는지? 포터, 모를까봐 말해주는데, 모든 약은, 많이 마시면 죽는다. 쯧쯧……. 확실히 이름값만 못하는군.”
노골적인 조롱에 말포이와 그의 패거리가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교실의 다른 아이들도 입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살아있는 죽음의 약은 아주 강력한 수면제입니다. 복용자를 해독하지 않는 이상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지게 하고, 아주 소량으로도 치사량에 도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제 말이 그렇게 틀렸나요?”
“그러면 그렇게 말했어야지.”
스네이프는 해리의 이어지는 해명을 가소롭다는 듯 딱 잘라내 버렸다. 교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도로 비어져 나왔다.
‘풀어서 설명한 거라고!’
해리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첫 수업, 첫 질문이라서 요구하는 답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해리의 그런 도전적인 결심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그냥 해리를 놔줄 생각이 없는 것인지, 스네이프는 다시금 그를 지목해 질문을 던졌다.
“다시 해 보자, 포터. 위석을 찾으려면 어디를 봐야 하지?”
“위석은 염소의 위에 있는 돌입니다.” 머리에 한계까지 몰린 피가 뇌를 팽팽 돌렸다. 해리는 눈을 형형히 빛내며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독을 듣지 않게 만드는, 아주 희귀한 재료입니다. 그 자체로도 해독제 역할을 하지만, 학교 밖 약재상과 같은 실제 현장에서는 으깨어 다른 성분과 혼합해서 종합 해독제로 사용되는 일이 더 잦습니다 — 주로, 단가 때문이죠. 소량만으로도 대부분의 독을 해독하는 위석은 얼핏 골파롯의 세 번째 법칙, ‘혼합 성분의 독약에 대한 해독제는 반드시 각각의 성분에 대한 해독제의 총합보다 더 많아야만 한다’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위석은 엄밀히 말해 학술적인 의미의 ‘해독제’는 아닙니다. 독성 성분 자체를 해독하는 것이 아닌 인체에 미치는 독의 영향을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마법약 시간에 해독제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죠. 감사합니다.”
일장 연설을 마친 해리는 옆자리의 론이 그를 마치 외계인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곁눈질로 느꼈다. 손을 반쯤 들다 만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벌린 채 얼어붙어 있었다. 완전히 조용해진 교실에 홀로 선 해리는 은은히 올라오는 쾌감을 만끽했다. 자, 여기서 뭘 더 요구할 수는 없겠지. 해리는 스네이프를 도발적인 시선으로 쳐다봤다.
스네이프는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봤다. 이내 그의 비틀린 입술이 열렸다.
“그래……. 우리의 유명인사께서는 자신의 총명함을 자랑하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셨나 보군. 혹시 지금이 1학년 첫 수업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냐? 아니, 그 똑똑하신 머리로는 잊을 리가 없을 테지? 포터, 대답이라는 것은 질문의 의도에 부합해야 하는 거란다. 너처럼 1학년 시간에 N.E.W.T.와 현장 수준의 지식을 내뱉는 건 자기 자랑이라고 하는 거고. 자, 대단하신 해리 포터 ‘교수님’의 발표에 다들 박수!”
굳어버린 해리를 뒤로 하고, 얼떨떨해하는 학생들을 향해 스네이프가 으르렁거렸다.
“박수 쳐! 치라고!”
교수의 윽박지르기에 가까운 명령에 교실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아니면 그냥 다들 잘난 체하는 해리를 놀려먹고 싶었는지도. 말포이가 깔깔 웃으며 환호성을 더했다.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과 눈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해리는 자신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다…….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의 차이를 설명해 봐라.” 스네이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비꼬듯 덧붙였다. “물론 ‘우리 수업에 적절한 수준’으로 부탁드립지요, 포터 ‘교수님’.”
해리는 자신이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배들의 조언을 되새길 때였다. ‘스네이프에게 개기지 마라’. 반응하지 마라……. 자신을 죽여라…….
신중하게 머릿속으로 《1000가지 마법 약초와 곰팡이》를 펼쳤다. 사진기처럼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만일 그런 신묘한 기억력이 있었다 해도 굳이 그딴 일에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의 앞부분 — A로 시작하는 — 은 꽤 지겹게 읽은 편이었다. 그놈의 기시감인지 뭔지를 시험해본답시고 말이다.
“‘바곳(Aconite): 울프스베인 마법약, 눈을 크게 뜨는 마법약(Wideye Potion) 따위의 다양한 마법약에 쓰이는 식물. 독성이 강해서 다루는 데 주의해야 한다. 다른 이름: 투구꽃(Wolfsbane), 투구꽃무리(Monkshood)’……입니다, 교수님.”
해리는 공손한 목소리로 차분히 답했다. 발끈하지 않은 자신에게 내심 안도하며……. 그러나 해리는 마법약 선생을 얕보았다.
“그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교과서를 달달 외우셨군, 응? 포터, 교사의 질문에는 말이다, 자기 말로 답을 해야 하는 거다. 설마 선생님들이 책 내용을 몰라서 물어보겠냐? 학생이 배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거지. 책을 그대로 읽는 건 영어만 할 줄 알면 다 해. 최소한 베끼지 않은 척이라도 해 봐라.”
빈정거리는 스네이프의 목소리는 가위가 되어 해리의 신경줄을 하나씩 툭툭 끊어먹었다. 한계였다. 해리는 앉은 자리를 벌떡 박차고 일어나서는 빽 소리 질렀다.
“짧게 설명해도 안 된다, 자세히 설명해도 안 된다, 그래서 교과서를 그대로 읊어 드렸는데 도대체 뭘 해야 만족하실 건데요?”
동시에, 해리는 자신이 이 싸움인지 뭔지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례한 놈.” 스네이프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게 네가 자기 견해에 자신이 있다면, 오늘 받은 질문 ‘각각’에 대해 양피지 1피트 길이의 작문을 제출하도록.”
그리고 그는 즐거운 듯 덧붙였다. “참고로 기한은 내일까지다.”
* * *
“넌 할 만큼 했어. 운이 나빴지. 잘못 걸린 거야.”
옆자리의 론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해리는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도 미친 교수의 표적이 된 해리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여주었다.
책상 너머를 슬쩍 바라보자 말포이가 주위의 다른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들리진 않았지만, 화제가 무엇인지는 대략 알 것 같았다.
반별로 앉으라는 지시는 딱히 없었지만,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자연히 기숙사에 따라 교실을 양분했다. 유일한 예외는 해리였다.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는 당당하게 론의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슬리데린 쪽에 앉았으면 해리의 눈치가 보여서라도 녀석들이 말포이의 말을 들어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첫 수업은 종기 치료제를 배합하는 것이었다. 스네이프의 교육 방침은 일단 학생들을 실전에 던져놓고는 제대로 못 할 때마다 흠을 잡는 식이었다. 당연하게도 마법약을 생전 처음 만들어보는 학생들은 스네이프의 매서운 시선으로부터 살아남지 못했다. 스네이프의 마음에 든 사람은 말포이뿐인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그의 민달팽이 삶는 방법을 칭찬했지만, 해리는 그의 아버지가 이사장인 것이 칭찬의 진짜 이유라고 추측했다.
수업 시간 내내 해리는 미친 교수가 트집을 잡을 거리를 더 이상 주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노력이 빛을 본 것인지, 스네이프는 중간중간 해리를 한참 쳐다보곤 했지만, 얼굴만 찌푸릴 뿐 말없이 그를 지나쳐 갔다.
수업을 들으며 해리는 스네이프가 ‘슬리데린에겐 대체로 무해하다’(딱히 그렇지도 않았지만)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차츰 깨닫게 되었다.
수업 중간, 네빌이 시무스의 냄비를 녹여버리고 병동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스네이프가 옆에서 실험하던 론과 해리에게 다가와선 “왜 바늘을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그 녀석이 잘못하면 네가 잘나 보일 거라고 생각한 거냐”라며 그리핀도르에서 1점을 감점한 것이다.
터무니없이 불공평한 것은 둘째치고, 그 옆에 있는 해리는 슬리데린이었기에 그 논리로 따지고 보면 슬리데린에서도 1점을 감점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지만, 그들은 미친 교수와 논쟁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앞서 학습했으므로 잠자코 감점을 받아들였다.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수업이 끝이 났다. 굶주린 학생들은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가 대연회장으로 향했다. 몰려다니는 것이 습관이 된 슬리데린의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차피 점심시간 이후에는 수업이 없었으므로 신경 쓸 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해리에게도 편한 일이었다. 론과 천천히 점심을 먹으러 걸어갈 수 있으니까.
“진짜 욕봤다, 해리.”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수다를 떠는 해리와 론을 누군가가 따라잡았다. 헤르미온느였다.
“해리!”
“아, 헤르미온느. 안녕.”
“저, 있잖아. 아까 네가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위석에 대한 얘긴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더라.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거니? 어떤 책을 읽었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범생이답게 자기가 모르는 게 나오니까 불안해하는 걸까. 확실히 엄청난 발표를 했었다…….
“그래 맞아. 엄청 놀랐다니까. 해리,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알아 온 거니?” 론이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그건…….
“그러게?”
“뭐?” “응?”
“솔직히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잘 모르겠어. 그냥 화가 나서 되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되는 대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말해주기 싫어서 둘러댄다고 생각한 것인지, 기분이 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해리로서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너희는 그런 적 없니? 배운 적 없는데 왠지 아는 것 같은 느낌이라든지, 처음 해 보는 건데 여러 번 해 본 것처럼 익숙하다든지?”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볼 뿐이었다. 마법사 아이들에게도 이 ‘기시감’은 이상한 일이라는 말이다.
확실히 해리는 이상했다. 읽은 적 없는 교과서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고, 배운 적 없는 마법을 쉽사리 해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마치 노련한 마법사처럼 지팡이를 휘두른다고 했다……. 론의 실패한 주문에 대해 옹호하려고 했을 때도 ‘아무렇게나’ 한 말이 참말이 되지 않았던가. 결정적으로 오늘의 위석 발표는, 맹세컨대 해리의 일평생에 걸고 결코 알 수 없었던 정보뿐이었다.
이 지혜는 어디서 온 걸까?
작가의 말
맡기는 쪽이 편했을 텐데. 하지만 이런 것도 다 해 봐야 느는 거겠죠?
스네이프 VS 해리의 첫 신경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몇몇 팬들은 해리가 스네이프의 세 질문에 모두 답했으면 스네이프의 해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라고 주장하는데, 그럴 리가요. (웃음) 미친 교수 스네이프를 너무나 좋아해요.
참고로 1피트는 약 30cm로, A4용지의 세로 길이와 비슷합니다. 원래는 2피트로 하려고 했는데 첫날부터 너무한 것 같아서 줄였습니다. 실제 원작의 스네이프도 첫날에는 1점씩만 깎잖아요? 스네이프에게도 그런 무른(?) 구석이 있다는 해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적극 반영해 보았습니다. (웃음)
빼먹었다 뒤늦게 덧붙이지만, 베타 리더 sssy 님께 감사를 바칩니다.
발행
Charming Princess
익명2023년 1월 15일 04:38:55
헷2023년 1월 18일 17:38:40